천공, 장약, 발파 3박자의 조화를 이뤄야 작업이 가능한 곳이 바로 유압드릴 업계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어긋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생소하고 특수한 분야에서 일하는 유압드릴 사업자들이 모여 지난해 5월 1일 한국유압드릴협회를 창립했다. 협회는 지난달 1일 창립 1주년 행사를 개최하고 향후 유압드릴 사업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힘찬 행보를 다짐했다. 이에 본지는 이수철 초대회장을 만나 향후 유압드릴 업계의 전망과 비전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한국유압드릴협회를 창립하게 된 동기 및 계기는?

- 지금껏 유압드릴 사업자들의 모임이나 단체가 없어 건설현장 내에서 불합리하거나 부적절한 대우를 받더라도 마땅히 하소연 할 곳이 없었습니다. 저도 드릴 사업을 시작한지 약 15~6년 가량 됐지만 열악한 환경과 비인간적인 대우는 물론 복리후생에 대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이와 같은 현실에 맞서 대항력을 키우고 유압드릴 사업자들이 서로 단합하고 결속력을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각 지역의 소모임을 토대로 지난해 5월 1일 약 180여명의 회원이 모인 가운데 협회를 창설하게 됐습니다.  

협회의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 유압드릴협회는 기본적으로 천공기 사업자와 발파업계 종사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특히 천공기는 발파작업과 연관돼 있어 화약 취급 자격증을 취득한 화약주임과 이를 보조하는 장약수 그리고 화랑공이 협회 회원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도 대다수 천공기 장비를 소유하고 있으며 같은 식구입니다.

현재 조직은 서울, 경기, 충청권에 9개 지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현재 분기별로 모임을 갖고 있으며 중요한 안건이 생길 경우 수시로 교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정보교류 등을 통해 전라권과 경상권으로 지부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지난 1년간 협회가 추진했던 사업은?

- 이제 갓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입니다. 다만 작년 창립당시 목표로 했던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가장 큰 성과라면 기사들의 노임을 현실에 맞게 인상시켰다는 점입니다.

타 기종에 비해 유압드릴 업계는 현장에서 기사들이 일용직 근로자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현장에서 월급을 받는 구조로 형성돼 있습니다. 장비를 유지 및 관리하기 위해 차주가 지급하는 장비유지비와는 별도입니다. 그러나 간혹 현장에서 차주로부터 월급은 받고 있다고 오해받지만 정확한 명칭은 장비유지비입니다. 월급과는 전혀 성격이 다릅니다. 

올해 협회 차원에서 기사들의 노임을 250만원으로 인상시켰으며 내년도에는 300만원으로  인상시킬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장비 임대료를 현실에 맞게끔 인상시켜야 합니다. 약 2억원 상당의 고가 장비를 구입해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 기본적인 유지비를 제외하면 임대료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드릴업계에서는 장비사업을 ‘물푸기 사업’이라고 부릅니다. 한 바가지 한 바가지 양동이에 물을 부어 담아봤자 새로운 장비를 구입하면 또 다시 빈 양동이에 물을 퍼붓는 것에 비유하곤 합니다. 아마 타 기종들도 대다수 그럴 것으로 생각됩니다.   

돌을 깨는 작업을 하다 보니 일감은 한정돼 있고 장비 대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어 IMF 시절보다 오히려 임대료는 더 떨어진 상황입니다. 게다가 덤핑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변변한 단체가 없다보니 소수의 인원으로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나마 깨닫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난 1년간 회원들에게 홍보하고 계몽을 통해 기사들의 노임이 인상됐다는 점을 볼때 앞으로 협회 회원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장비 임대료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은?

- 우선적으로 협회에서 현실에 맞는 권장 임대료 표준단가를 만들어 내년부터 배차사무실 및 관계사에 배부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드릴 사업자들끼리 최소한의 가격은 지켜나가자는 것이 저의 소신입니다. 다만 드릴업계가 좁고 일감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임대료를 덤핑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미워할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사업자끼리 단합하고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사업환경은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노임직불처리 등 근로조건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 걸로 압니다.

- 앞서 언급했지만 유압드릴은 다른 장비와 달리 장비대와 인건비가 분리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묶으려 하고 있습니다. 협회가 이를 분리하고 노임직불처리를 꾸준히 제기하는 이유는 재하도급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토공분야의 발파업계는 대다수 재하도급을 통해 도급을 받고 있어 깡통 업체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그로 인한 임대료 체불도 상당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가로 공사를 도급 받은 이들 업체들은 마이너스 공사를 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사 노임을 장비 임대료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하도급 업체가 직접 장비 임대료를 지급하는 직불처리를 협회가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향후 일요휴무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최근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소음문제 등으로 민원이 자주 발생해 일요휴무제가 자연스럽게 시행되고 있지만 도심지를 벗어날 경우 대다수 격주 휴무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만 정확하게 쉴 수 있다면 가족들과의 계획을 잡거나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해 개인적인 사생활은 기대하기 힘든 현실입니다.  

타 장비에 비해 일하는 환경은?

- 암을 깨고 구멍을 뚫어 발파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 굴곡이 심한 곳에서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굴삭기처럼 굴곡이 지더라도 평탄 작업을 통해 편안한 작업 환경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허리에 상당한 무리가 갑니다. 특히 소음 때문에 작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드릴 사업자 상당수가 난청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다행이 예전에 비해 장비의 기술력이 향상되고 집진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분진 흡입 문제등과 관련해서는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회원 및 드릴사업자에게 당부 드릴 말씀은?

- 우리 협회가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드릴 사업자간 서로 단결하고 화합해서 힘을 키워 나가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근로 조건 개선 등 모든 면에서 나아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마음을 조금만 비우고 함께 똘똘 뭉쳐 같이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또한 협회에 바라는 기대 심리 이전에 자신 스스로 협회의 일원으로서 먼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줬으면 합니다.

조금 더 첨언한다면 드릴사업자 스스로 프로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갖춰야 합니다. 예전에 비해 최근 많이 알려졌지만 드릴과 발파 업계는 매우 생소한 분야였습니다. 특수직업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희소한 부분에 대해 드릴 사업자 나름대로 긍지를 갖고 일을 해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